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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u's life

돈 이야기 좀 해볼까, 사실 furu의 이야기

by furu 2020. 4. 24.

돈, 그건 뭘까 ?

나의 짤막한 인생과 돈의 관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부쩍 돈을 생각하게 됐다. 사실 돈보다는, 나의 자산 그리고 자산 관리를 생각하게 됐다는 말이 더 맞겠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명절 때 받는 용돈, 코 묻은 돈 차곡차곡 모아서 1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의 현금을 통장에 끼워 놓고 동생이랑 둘 이서 누가 더 많이 모았나 경쟁하던 게 엊그제 같다. 

대학 들어와서는 머리하고, 옷 사 입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다니고, 해외여행 다니느라 모았던 돈 다 써버렸다. 심지어 얼마나 돈을 많이 썼냐면, 그때 그 코 묻은 돈 고등학교 수능 끝나고 인가, 끝나기 전인가, 주식 투자 자금으로 넣어둔 것도 다 빼서 여행 다녔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다들 해외여행 다니는 거 봐서 그런가, 아니면 뭐 20대 때, 대학 다닐 때 꼭 해야 하는 거 top 5에 항상 들어 있던 거라 그랬는지.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글쎄, 유럽 여행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것 같다. 하하하, 차라리 빨리 벌어서 걱정 없이 돌아다니는 게 낫지. 그때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간 거라, 허리띠 졸라 매고 여행 다녔다. 

이제는 돈 모으라고 해도 집 월세 내고, 학비 내다보면 투자 자금 마련하기도 빠듯하고, 통장 잔고 바닥나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교 들어가고, 좋은 대학교 들어가면 과외 알바 같은 거 적당히 하면서 학점 관리하고 대외 활동 열심히 하면 좋은 기업 들어가서 취직하고, 난 외국계 컨설팅 기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괜찮은 연봉 받아서 그냥저냥 신나게 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 먹어가면서 그런 " 정해진 루트"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 그래도 중학교 때는 상상력도 풍부해서 그냥 길 가다 가도 사업 아이템 생각나서 낙서장에 적으면서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는 자율 시간에 창업 경진 대회 같은 거 엄청나게 신나서 재밌게 했는데. 공부하다가 나의 최고의 취미-사업 아이템 구상하기를 어느새 다 까먹어 버린 거다.    

그렇게 대학 첫 2년, 아니 심지어 3년간은 내 평생 맺어왔던 돈과의 관계- 저축, 그리고 나의 꿈과 열정- 사업을 다 잊은 채 망령 같이 살아왔다. 물론 원했던 대학교에 들어가 최고의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한 2년을 보냈지만,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경제적 자립, 또는 독립을 그리고 더 나아가 내 인생의 제3막을 맞이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에 왔다. 


그렇게 미국에 왔다 

터닝 포인트.  

학교에서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길래 엄마의 권유로 덜컥 갔다. 사실 덜컥 갔다기엔 학교 입학부터 갈 예정이어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원래 갈 애"로 정해져 있었겠지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해보라고 하셨고, 내가 생각했을 때도 꽤 괜찮은 것 같아서 결정했다. 그렇게 대학교 2년을 마치고 미국에 갔다. 내 나이 22살이었다, 만으로는 21살도 안 돼서 미국에서는 술도 못 마셨다. 이건 좀 많이 힘들었다.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쁘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나는 내가 저 사진 같은 데서 살면서 뽀대나게 대학 다니고 교수님이랑 같이 수강하는 학생들이랑 수준 높은 지적 논의를 주고받을 줄 알았다. 음..... 일단 우리 학교 깡시골에 있어서 살짝 실망은 했지만, 동네 반이 대학교라는 사실이 좀 멋졌다. 그리고 학교가 다 평인 것도 플러스였다. 나 한국 대학교는 산에 있다. 내 몸만 한 이민용 캐리어 두 개를 낑낑거리면서 기숙사에 입사했다. 미국 애들이라 인테리어 감성이 넘쳤다. 미국은 학기가 한국이랑 반대여서 가을 학기, 8월 말-9월 개강이 첫 학기다. 그래서 나는 내 룸메가 한 학기 먼저 산 방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래서 방이 엄청 예쁘게, 미국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설렜다. 

개강하고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재밌는 건, 나의 미국 대학 환상이 처참히 깨부셔 졌다는 것? 수준 높은 토의는커녕, 미국 교수님들도 애들한테 제발 질문 좀 하라고 눈치 많이 주셨다. 하하하, 역시 세상은 어딜 가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그리고 가끔가다 나오는 질문 수준도 상당히,,, 낮았다. 나 처음 갔을 때 1-2학년 수업들을 들어서 그럴 지도. 근데 고학년인 지금도 가끔 몇 몇 애들 질문하는 거 들으면 한숨 나온다. 얘들아 제발 먼저 슬라이드라도 보고 질문을 해라..... 


미국도 별거 없네 했다. 근데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참 이 악물고 버틴 거더라. 문화도 달라서 친구 사귀기도 힘들고, 언어도 그 미묘한 뉘앙스와 발음 차이들도 힘들었다. 수업 따라가긴 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매 수업 예습, 복습 철저하게 했었다.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안 했었다. 뭐 어쨌든 힘들거나 안 힘들거나 적응했다. 친구 무리도 생기고, 동아리 임원도 하고, 남자 친구도... 짧게 사귀었다. 흑역사다. 

아 그리고, 아까 언급 안 한 게 있는데, 미국 오기 직전에 스타트업 페스티벌이라는 거에 놀러 갔었다. 다양한 스타트업 부스 관람하고, 얘기도 하면서 즉석 컨설팅도 몇 개 했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러다가 미국 와서 진로 탐색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전공 필수), 내 적성에 맞는 직업 중 하나가 venture capitalist (벤처 캐피탈)이었다. 희망 진로를 이걸로 잡고, 취업 준비도 하다가 전공 일반 수업 중에 venture capital & entrepreneurial finance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잊었던 나의 가치.  

그리고 꿈.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이 얘기를 하셨다. "venture capitalist가 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물으셨다. 지금 당장 그걸 할 수 있는 사람? 당연히 아무도 없다. 벤처 캐피탈은 IB(investment bank, 투자 은행)에서 경력을 쌓거나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에서 경력을 쌓는 경력직이 대부분 채용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원 이상의 자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얘기하셨다. 그래서 자기가 지금 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산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20 달러 여윳돈만 있어도 스타트업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그런 사업. 나는 그 순간 매료되었다. office hour에 찾아가 관심 있음을 어필하고, 여름방학 인턴으로 채용되었다. 나의 첫 직장이었다. 

그해 여름,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다. 우선 스타트업 특성상 일을 찾아서 해야 하고, 매일 매일이 아이디어 갈아엎고 다시 시작의 반복이다. 전문 용어로 Pivoting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남아 있는 친구도 거의 없었다. 대학 마을이라 방학 때는 다들 고향으로 가든 떠난다. 뭐든 더 하려고 했다, 그 여름 동안. 자투리 돈이 예상치 못하게 생겨서 처음 옵션 투자도 해보고, 인턴 하다가 만난 investment management (자산 관리) 교수님한테 따로 연락해서 주식을 더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빨리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다시 떠올렸다. 나의 오랜 취미, 그리고 꿈이었던 사업을. 



 새로워진? 나.  

그리고 목표.  

뭐든 떠올리고, 만들고, 창조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동시에 돈도 좋아한다. 아니 돈 싫어하는 사람 존재는 하는가? 

나는 한때 prestigious 한, 누구나 들으면 오~ 할만한 기업에 들어가 일하고 싶었다. 지금은 성공시키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나의 회사를 성공시키든, 다른 사람을 도와주든. 그것이 나에게 가장 의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헤매는 시기를 거친다고 생각한다. 헤매는 정도와 그 혼란 속에서 고통받는 정도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나의 블로그가 자신의 삶, 가치관을 찾고 쫓을 때, 그리고 그런 결정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는 돈으로 고민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 분야에 엄청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제 작지만 큰 한 발자국을 내딛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같이 고민하고 배우며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이래 보여도 4년 동안 좀 열심히 살아서 쌓은 지식이 꽤 있는 것 같다. 그거 다 잊어버리기 전에 남기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같이 돈과 삶을 고민하실 분은 구독해주길 바란다. 꽤 긴 글인 것 같은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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